3월 둘째 주 일요일이다. 아침을 먹고 남편과 큰 애는 학원에 갔다. 나는 오늘은 무슨 책을 읽을까 생각하다 시간은 무엇인가?라는 책을 지난 주 빌려 놓고 아직도 펴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무슨 책을 먼저 잡게 될지 나도 모르겠다. 그날 마음이 가는 데로 골라 읽을 참이다. 이미 글쓰기에 관한 책을 4권이나 또 빌려 왔다. 다음번주까지 다 읽어 보기는 해야 된다. 오늘 언제 시작되었는지 모를 비가 오전 내내 내렸다.(오후엔 모두 그쳤지만) 오래간만에 우산에서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뒷산 도서관엘 갔다. 조용하고 아늑한 공원 안에 촉촉한 봄기운이 가득 차있다. 빨간 우산을 받쳐 들고 작은 도서관 문을 스르르 열었다. 오늘은 여자사서가 혼자 있다. 나를 힐끔 쳐다본다. ( 내가 불청객일까? )두 시간 정도 책을 읽을 시간이 된다. 작은 도서관 주위로 나무에서 떨어지는 빗소리가 요란하다.
오늘 잡은 책은 '뼛속까지 읽어라'다. 역시나 좋은 책이다. 글쓰기에 대한 방법과 글쓰기를 통한 자아성찰의 지혜를 알려 준다. 조금 지루하기도 하고 눈에 확 들어오는 단락도 있었지만 두 시간이 금방 흘렀다.
점심을 먹으러 집에 갔더니 남편이 시장을 봐 놓고 텃밭으로 가고 없었고 두 아이들은 놀고 있다.
잘됐다. 남편이 사 온 양념고기에 아이들과 남편은 이미 점심을 먹었다. 나도 간단히 점심을 먹고 두시가 되어 다시 도서관으로 갔다. 운동을 하고 시간을 보내고 집에 오니 남편은 큰애를 데리러 나가고 없었다. 조금 있으니 두 사람이 환한 얼굴로 들어온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저녁을 먹게 되었다. 맛있는 것을 먹자더니 다들 반응이 시큰둥하다. 큰애는 초밥을 먹고 싶다고 해서 근처 초밥집을 검색하더니 오늘 쉬는 날이다. 나머지 아이들은 게임을 하느라 먹는 것에 관심이 없다. 아무거나 상관이 없단다. 결국 제일 만만하고 좋아하는 치킨이다. 치킨을 시켜주고 남편은 족발이 먹고 싶단다. 오랜만에 술 한잔하고 싶은 모양이다. 나와 시장으로 차를 몰고 나가 만 원짜리 따끈따끈한 족발 한팩을 사서 돌아왔다. 거실 가운데 치킨과 족발에 맥주와 소주를 올려놓고 다섯 식구가 모두 모였다. 다들 맛있게 잘 먹는다. 남편은 오전 내내 텃밭에서 1년 묵은 잡초를 제거하더니 배가 고파서인지 족발에 소주 한 병을 다 먹고 맥주까지 다 마신다. 그리고 기분이 조금 좋은지 말이 없는 남편은 또 묻지도 않는 말을 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고 몇 마디씩 거들어 주었다. 아이들은 배불리 먹고 각자 볼일을 보러 방으로 들어가고 거실에 남편과 함께 티브이를 본다. 벌써 9시가 넘었다. 그런데 큰애가 교복을 빨았느냐고 한다. 아뿔싸!! 얼른 세탁기를 돌리고 겨우 뒷정리를 끝냈다. 남편은 방에 들어가 잠이 들었다. 빨래만 널고 나도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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