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목욕하고 개운한 기분으로 집에 오는 길에 굴 좀 사갈까 하다 생선가게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마침 살아 있는 문어가 있었다. 아주 싱싱해서 담가져 있는 대야에서 탈출하는 녀석도 있었고 사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구경을 하다 한 마리 사갈까 하는 마음이 생겨 중간크기쯤 되는 문어 한 마리를 골라 담아 왔다.
집에 와서 신나게 남편에게 자랑을 했더니 아침을 먹어서 그런가 반응이 시큰둥하다.
이제 씻어야 하는데 남편에게 부탁을 했더니 축구보는라 관심이 없다. 할 수 없이 씻을 준비를 하는데 소금과 밀가루를 푼다음 호기롭게 문어를 봉지에서 꺼냈다. 순간 문어다리의 꾸물거리는 뻗쳐 나오는 기세에 얼음이 되었다. 튼실하고 기다란 다리들이 사방 뻗치더니 양동이 밖으로 튀어나오듯이 움직이며 급기야 싱크대 밖으로 떨어질 기세였다. 너무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방방 뛰었다. 문어의 몸부림이 너무 생생해서 평온했던 부엌과 이질스럽게 느껴진다.. 그리고 빨래 장갑을 찾아 끼고서는 용기를 내어 싱크대에서 거의 떨어지려는 문어 다리를 하나씩을 잡고 정신없이 양동이로 하나씩 떼어 밀어 넣었다.
어찌나 빨판의 힘이 어찌나 센지 잘 떨어지지 않았지만 나도 그 순간 아무 생각나지 않으면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문어와 어떻게든 잡아 내야 되는 마음이 불이 붙었다. 꿈틀대는 문어 다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문어 다리빨판의 힘이 이렇게나 힘이 센지 당황했지만 결국 소금물에 들어가니 조금 얌전해 지는 듯해서 빨리 문질러 씻은 다음 바로 끊고 있는 냄비에 빠르게 집어넣었다.
뚜껑을 덮고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그동안 감기몸살로 기력이 쇠해진 탓이지 많은 해산물 가운데 하필 눈에 띄어 이렇게 식구들 입에 들어가게 되었다. 서울에서 살아 있는 문어를 보기도 힘들지만 사기도 처음이다. 어찌 되었건 맛있게 먹고 기운을 차렸으면 좋겠다
잘 삶아서 썰어 맥주와 함께 남편과 맛있게 잘 먹었다. 문어야 미안하고 고마워~ 그리고 다음엔 되도록이면 생물은 사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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